“아티스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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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레인보우큐브 대표(왼쪽)와 이성동 ‘얼킨’ 대표 / 사진 심겨울 기자 sku@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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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업계에서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주목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들은 패션 시장을 풍요롭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K-패션 열풍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소규모로 운영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자금상의 문제뿐 아니라 판로 확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부처에서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 및 육성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의 신진 아티스트들의 사정은 어떨까. 이성동 ‘얼킨’ 대표와 김성근 레인보우큐브 대표는 미술업계 또한 마음 놓고 작업할 공간이라든지 자신의 작품을 알릴 길이 없어 고심하는 청춘들이 많다고 말한다.

두 대표는 이들의 목소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이성동 ‘얼킨’ 대표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으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고, 김성근 레인보우큐브 대표는 작가들을 위한 공동 작업 공간과 갤러리를 열었다.

Q  :  이 대표와 김 대표는 각각 의류 디자인과 국제통상학 전공으로 미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쩌다 미술계에 주목하게 됐나?

김성근 대표(이하 김) : 홍대에 살면서 미술 전공하는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게 됐다. 친구들이 작업실이 필요하다고 했고 나 또한 사업을 준비하려 했던 터라 공간 하나를 빌려 다섯이서 나눠 썼다.

그러던 중 작업실 건물주가 우리의 사정을 듣고 좋은 조건에 너른 공간을 내줘 지금은 망원동서 6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희동의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도 열었다.

이성동 대표(이하 이) : 우연한 기회에 청년 작가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작가들은 그림 내공을 쌓는 데만 시간을 투자해도 모자라다. 그렇게 작업에만 열중하다 보면 나이 40줄에 들어서야 겨우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된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지치지 않고 창업활동을 이어가려면 대중의 관심과 자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상품화하고 마케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Q  :  미술작가라고 하면 왠지 홀로 고독한 작업을 할 것 같은 인상인데, 공동 작업실이 필요한 이유가 있나?

: 작가들도 과거와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게다가 공동 작업실에는 작가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일러스트, 사진 등 예술 전반의 사람들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테고.

: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동 작업실도 있지만 문턱이 높다. 운 좋게 공간을 얻었다 하더라도 출석을 얼마 이상 채워야 한다든지, 발표 전시를 해야 한다든지 부수적으로 해야할 과제들이 많다.

김 : 그런 면에서 우리는 자유로운 편이다. 어떤 활동을 강요하거나 작업 방식에 간섭하지 않는다.

Q  :  미술 작품의 상업화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 버려지는 습작들을 활용해 패션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작품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데다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방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찾는 분들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에는 어떻게 아셨는지 중국에서도 바이어들이 찾아올 정도.

의류에는 보다 쉽게 풀어서 적용하고 있다.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래픽화한다. 이 작업이 한 작가에 대한 인상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아티스트의 특성과 가치를 녹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얼킨’은 예술과 대중의 소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나갈 것이다. 아티스트들과 정기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얼킨’의 상품과 예술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쇼룸 겸 갤러리도 오픈할 예정이다.

Q  :  소비자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상품이 있나?

: 대중이 없다. 그냥 봐서 예쁘면 사는 것 같다. 사실 상품화에 있어서 가장 걱정됐던 부분이 가격이다. 작가 협업 라인은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10% 이상 비쌀 수밖에 없다. 작품의 컬러감을 살리려면 퓨전사와 같은 특수 소재들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은 협업 라인 일반 라인 구분 없이 보기 좋으면 사더라. 그래서 기획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Q  :  두 대표 모두 갤러리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있다.

: 패션 상품이 팔릴 매장이 없다면 소용이 없듯 미술 작품 또한 보여질 공간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작품을 내보일 곳이 별로 없는 게 미술 작가들의 실정이다.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는 국가 공모전 정도? 개인전은 비용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안 갤러리가 필요하다. 보여주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다면 예술을 할 맛이 나지 않을까?

: 작가들의 생각을 온전하게 담아줄 갤러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레인보우큐브 갤러리에서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홍은희 작가의 경우 설치만 2주 넘게 하고 있다. 보통은 이 정도의 작업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하루 하루 대관료가 달려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셋팅해서 하루 전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만큼은 작가들이 이 공간 안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만족스러운 수준의 작품을 구현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다.

Q  :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른 불안감은 없는지.

: 왜 없겠는가. 특히 올해는 사무실에 물도 차고 여러가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이 많이 일어났다. 앞으로 수출도 늘리고 싶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모두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요즘 미술계 이슈가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다. 수익이 일정하게 들어오는 게 아니다 보니 재주껏 버텨야 하는 상황들이 닥쳐온다. 특히 작업실 공간, 갤러리 공간, 이러한 공간이라는 개념이 큰 불안 요소로 다가온다.

임대료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아티스트들은 더 싼 곳으로 떠밀려 다닌다. 그런데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정말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 받는다.

: 말 그대로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순간인 것 같다.

아티스트들의 습작으로 만든 ‘얼킨’의 사첼백
아티스트들의 습작으로 만든 ‘얼킨’의 사첼백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대안 갤러리 ‘레인보우큐브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