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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치솟은 ‘홍대 앞’ 떠나… 젊은 작업실, 망원·문래동에 둥지

 

[새내기 작가들 ‘작업실 지도’] 1990년대 말엔 상수·합정동… 이곳마저 월세 올라 또 이동 망원동, 홍대와 가까워 인기… 철공소 많은 문래동은 조각가들이 특히 많이 찾아

“홍대 정문에서 합정동까지 걸어가다 보면 얼큰하게 취하곤 했다. 차고가 몽땅 작가들 작업실이어서 여기저기 들러 한 잔씩 했으니까.”(이용백·46·홍익대 서양화과 졸업)
“홍익대 앞 작업실은 엄두도 못 낸다. 상수동 20평짜리를 두 명이 나눠 쓰다가 1년 반 전 문래동 30평 사무실로 옮겨 세 명이 함께 작업한다.”(김보림·29·홍익대 조소과 졸업)
미술계 새내기 작가들의 ‘작업실 지도’가 바뀌고 있다. 서울 홍익대 일대는 작가들의 작업실 선호 1순위. 서교동 ‘호미화방’, 홍익대 구내 ‘한가람 문구센터’ 등 대형 화방(畵房)이 있고, 대안공간 등 전시장소가 많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술 1번지’라는 자부심 때문에 인기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일대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 천지였다. 지하실·차고가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5만원 하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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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 명이 함께 쓰는 서울 망원동 작업실에서 최재혁 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1990년대 중반 이후 사정이 확 바뀌었다. 이른바 ‘홍대 앞’이 젊은이들의 명소로 알려지면서 클럽, 옷가게, 카페 등이 점령한 것. 동교동 30평 지하 공간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30만원 정도로 임대료가 치솟았고, 화가·조각가들은 점점 밀려났다. 1990년대 말 상수동·합정동으로 옮겨갔던 작가들은 최근 다시 망원동과 강 건너 문래동으로 옮겨가 새로운 ‘미술 메카’를 꿈꾸고 있다.

망원동: 홍대와 접근성 좋아 인기
지난 2월 홍익대 서양화과 대학원을 졸업한 최재혁(29)씨는 망원동 상가 건물 2층의 20여평짜리 공간을 동료 세 명과 나눠 쓴다. 월세 23만원도 분담한다. ‘공동작업실’은 한 푼이라도 아쉬운 젊은 작가들이 흔히 택하는 방식. 최씨는 “합정동만 해도 비슷한 규모의 지하 작업실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 정도 하는데, 여기에선 햇볕 잘 드는 2층 작업실을 훨씬 싼 가격에 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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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싸면서도 홍익대 접근성이 높다는 것이 젊은 작가들이 망원동으로 몰리는 이유. 홍대 정문에서 약 3㎞ 거리, 마을버스로 20분가량 걸린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집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지역에 작업실을 얻은 작가는 200~300여명으로 추산된다. 최근엔 작가들을 겨냥, 레지던스처럼 공동작업실을 임대하는 곳도 생겼다. 망원동 ‘레인보우 큐브’는 상가 건물 2층과 3층 옥탑방 60여평을 작가 10명에게 임대하고 있다. 한 자리당 보증금 23만원에 월세 23만원인데 자리가 나자마자 순식간에 빠질 정도로 인기다. 운영자 김성근(29)씨는 “화구(畵具) 사업을 하다가 이 동네에 사무실을 구했는데, 동네에 작가들 공동 작업실이 많은 걸 보고 작업실 임대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이 밖에 연남동·성산동 등도 ‘범홍대권’으로 불리며 젊은 작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문래동: 철공소 2층엔 조각가들이
조각 작업을 하는 김보림씨는 문래동 3가 철공소 건물 2층 30평 사무실 공간을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에 사용하고 있다. 이전에 썼던 상수동 작업실은 20평이 채 안 됐지만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이었다. 김씨는 “문래동 작업실에 있던 선배가 나온다길래 얼른 옮겼다. 조소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주변이 지저분해지는데, 여긴 철공소 지역이라 작업실을 어지르거나 시끄러운 작업을 해도 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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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건물을 작업실 및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래동‘413’. 자재 운반용 철제 빔이 그대로 남아있다. /전기병 기자

철공소 밀집지역인 문래동 1~4가는 대개 1층은 철공소, 2층은 작가 작업실이다. 1999년 문래동에 있던 서울남부지원이 신정동으로 이전하면서 법무사·세무사 사무실이 옮겨가고 빈 사무실이 많아졌는데, 건물이 낡고 주차가 어렵다 보니 공실률이 높았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건물에 작가들이 몰린 건 3년 전 무렵부터. ‘값싸고 작업하기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다. 이 동네 부동산 관계자는 “20평 2층 공간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0만원 선이다. 현재 이 동네에서 300명가량이 작업하는데, 요즘은 빈자리가 없어 작업실 구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작가들도 많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예술가들이라 그런지 감정 기복이 심해 월세 떼먹고 ‘잠수’ 타는 일도 다반사고, 작업 재료를 버려 하수구가 막히기도 하는 등 건물주 입장에선 불편한 세입자인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홍익대 앞의 ‘상업성’에 대한 반발로 문래동을 찾는 경우도 있다. 문래동 4가 기계부품 공장 건물을 20대 작가 3명이 공동으로 쓰면서 동네 사람들을 위한 전시장으로도 개방하는 ‘413’의 운영자 김꽃(예명·27·강원대 미대 중퇴)씨는 “예술은 세상에 대한 진정 어린 시선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해 상업적으로 물들지 않은 문래동을 일부러 찾았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