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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카페 차리겠다”…텅 비었던 문래동 2층, 5년새 공실률 0%

 

원문 링크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050834061#AA.9937845.1

커버 스토리
홍대·대학로 외곽으로 확산되는 ‘예술 낙수효과’

평범한 주택가였던 혜화로
대학로 높은 임대료 부담에 소극장 20곳 옮겨와 상권 형성
골목 곳곳 카페 10여곳 열어
홍대 예술인 흘러들어온 문래동·상수동·망원동 변신
“도시재생 새로운 흐름” 서울 혜화초등학교 앞길인 혜화로 일대는 3년 전만 해도 2차선 도로를 낀 평범한 주택가였다. 상점이라곤 문방구와 편의점, 세탁소 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2009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게릴라극장이 대학로에서 옮겨오면서 거리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5년 동안 대학로의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50~70석 규모 소극장 20여곳이 이전해 왔다. 소극장이 늘어나자 연극을 보려는 젊은이가 몰리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들을 대상으로 한 상권이 형성됐다. 혜화초 맞은편 골목 사이사이에는 카페 10여곳이 문을 열었다.

혜화로뿐만이 아니다. 홍익대 일대에 둥지를 틀었던 음악가와 미술가들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옮겨가면서 철재단지 문래동, 서울화력발전소 인근인 상수동 외곽, 주택가였던 망원동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담장 하나 허물지 않고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예술가들의 힘이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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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대학로 주변으로 옮겨간 예술가들

지역 예술인 및 중개업소에 따르면 2000년 500개 이상이던 홍대 일대의 미술 작업실과 음악 연습실은 현재 80여개 정도로 줄었다. 상당수가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인근 지역으로 옮겨간 것이다. 문래동에는 공개된 전시 및 공연 공간만 약 40개에 이르고 작업실은 300여개에 달한다. 망원동과 상수동 화력발전소 인근에도 각각 200개가량의 작업실이 생겼다. 상수동에서는 예술가들의 모임 장소인 카페거리가 일반인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고 있으며, 망원동에서는 주택가 곳곳에 갤러리와 카페가 생기고 있다.

대학로 역시 한 달 극장 대관료가 500만~1000만원까지 오르면서 소극장과 극단 연습실이 혜화동과 돈암동 삼선동 등지로 옮겨가고 있다. 2009년 200개 이상이던 대학로 소극장이 2015년 현재 약 130개까지 줄어든 반면 혜화로를 포함한 혜화동 일대에 60여개, 돈암동에 10여개, 삼선동에 5개가 있다.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 출신 음악가 김상우 씨와 화가 이주용 씨가 공동 운영하는 작업실 겸 카페인 이리카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2004년 서교동에 “물감 사고 음악 할 돈이나 벌어보자”며 이리카페를 열었지만 홍대 상권의 규모가 커지면서 5년 만에 임대료가 세 배 가까이 올라 2009년 상수동으로 옮겼다. 문래동의 빈 철공소에는 조각가와 설치 미술가들이 몰려들었다.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공장지대라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을 해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북카페 겸 갤러리인 치포리를 운영하는 나태흠 대표는 “허름함과 적당한 소음, 예스러운 느낌이 공존하는 문래동 골목은 예술가에게 한 판 놀이를 벌이기 좋은 곳”이라며 “회화, 일러스트, 도예, 조각 등 창작활동에 퍼포먼스와 공연이 더해지며 문래동은 예술촌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예술가 따라 자리 잡는 상권

홍대와 압구정에서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는 나기정 사장은 올해 2월 문래동 3가에 세 번째 술집을 냈다. 나 사장은 “음식점은 예술가와 문화가 있는 곳을 따라가야 한다”며 “철공소와 예술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분위기와 이야기가 방문객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망원동 카페부부의 권오현 사장은 “최근 몇 개월간 새로 문을 연 카페가 주변에만 5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혜화로 카페갤러리푸에스토의 김창환 대표는 “소극장 이동에 따라 이 지역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카페를 차렸다”고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또 다른 홍대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예술가를 중심으로 문화가 형성돼 서울 주요 상권으로 성장한 홍대와 이들 지역이 비슷한 발전 단계를 밟는다는 의미다. 작업실 거래정보 사이트인 레인보우큐브의 김성근 대표는 “자기 주변 공간을 꾸미길 좋아하는 예술인들이 몰려들면 자연히 거리가 예뻐지는 경향이 있다”며 “문화가 형성되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카페나 분위기 좋은 술집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상가 등 월 임대료도 20만원 올라

이는 부동산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래동의 박재욱 월드공인 대표는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젊은이들이 1주일에만 대여섯명씩 온다”며 “작업실로 많이 찾는 공장 2층 월세는 전용 66㎡를 기준으로 3년 전 대비 20만원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강은주 서울공인 실장도 “5~6년 전만 해도 대부분 비어 있던 건물 2층의 공실률이 0%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상수동 골목 곳곳에는 주택과 빌라를 상가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다. 김승열 피카소공인 대표는 “일반주택을 개조해 2종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한 뒤 가게를 세 놓으려는 곳들”이라며 “재계약 시 월세를 올리려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혜화동에서도 165㎡ 크기 소극장을 기준으로 5년 전 월 130만원 선이던 임대료가 150만원가량까지 올랐다. 이들 지역의 상가 매입을 원하는 외부 투자자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새로운 도시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예술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주거지역 발전과 지역 상권 활성화가 따라오는 현상은 이미 해외에서 폭넓게 확인됐다”며 “아파트와 공장 건설 등이 도시를 외형적으로 키운다면 문화와 예술은 질적 성장을 자극하는 촉매제”라고 평가했다. 임종엽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시와 문화예술의 연계로 유휴 공간에 가치와 생명이 부여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박상용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