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④ 한국] 예술가들의 자발적 움직임 일어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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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④ 한국] 예술가들의 자발적 움직임 일어나는 중

레인보우큐브와 공간 사일삼의 탄생

 

cnbnews 김금영⁄ 2016.12.01 18:22:16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항하는 한국 상황은 어떨까? 자발적으로 일어난 공간들이 있다. 레인보우큐브와 공간 사일삼. 이 공간은 각각 망원동과 문래동에 위치했다.

 

망원동-합정동에 꾸려진 레인보우큐브

▲망원동의 레인보우큐브 공동 작업실 공사 전(왼쪽)과 공사 후 모습.(사진=레인보우큐브)

 

레인보우큐브의 첫 시작은 공동 작업실 형태였다. 처음엔 망원동이 아니라 합정동이었다. 김성근 레인보우큐브 대표는 2009년 친구이자 회화 작가인 전영진과 미술용품 사업을 함께 시작했다. 당시엔 다른 지역보다 합정동의 월세가 저렴한 편이었고, 마침 여기에 전영진의 지인이 운영하던 공동 작업실이 있어 이 공간의 일부를 빌리게 됐다. 20평 남짓한 2층 작업실 중 비어있던 일부(3평 공간)를 매달 19만 원에 사용했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무실 겸 작업실로 쓸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졌다. 앞서 경험한 공동 작업실은 한 공간을 여러 명이 나눠 사용하면서 월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합정동의 다른 공간에 20평 규모의 2층 사무 공간을 얻었다. 계약 기간은 2년, 보증금은 1000만 원이었다. 이 공간을 다섯 자리로 나눴고, 그중 세 자리를 다른 작가에게 제공했다. 매달 75만 원의 월세는 공간을 공유하는 작가 3명이 각각 23만 원씩 내 충당했다. 이때부터 작업실 이름을 ‘레인보우큐브’로 정했다. 김 대표는 “화이트 큐브로 대변되는 현대미술에서 보다 다양한 범주의 예술을 지향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레인보우큐브의 공동 작업실 내부.(사진=레인보우큐브)

그러던 중 2010년 또 다른 변화를 맞게 된다. 미술용품 샘플을 받아보고자 한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갔다. 작업실과 가까운 합정동의 갤러리 대표였다. 그는 망원동에 본인 소유의 건물 한 층이 비어 있는데, 그곳을 젊은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작업실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찾아가서 보니 10년 동안 방치된 건물은 낙후돼 있었지만 넓은 옥상이 있었고, 옥탑방도 있어서 개조하면 좋은 작업실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다시 레인보우큐브의 새로운 출발을 맞았다.

“합정동 작업실 계약 기간 중 1년을 채우고, 남은 1년은 작업실에서 같이 생활을 하던 한 작가에게 양도했어요. 그리고 2011년 8월 레인보우큐브는 합정동에서 망원동으로 이사했죠. 옥탑방까지 포함해 약 60평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보증금은 2000만 원, 월세 132만 원에 3년 계약을 했습니다. 3년 계약 만료 후에는 1년씩 계약을 연장했고, 2016년 현재까지 작업실을 운영해 왔어요. 그동안 월세는 인상되지 않았습니다.”

▲6년 동안 작가 61명이 레인보우큐브의 공동 작업실을 거쳐 갔다.(사진=레인보우큐브)

비싼 월세에 작업실을 구하기 힘든 작가들 사이에 공동 작업실이 생긴다는 소문이 금방 퍼졌다. 그래서 망원동 입주 후 한 달이 채 안 돼 모든 자리에 작가들이 들어 왔다. 기존 합정동에서는 5명을 수용했는데, 공간이 넓어지면서 14명까지 공간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개인당 3.5~5평의 공간을 부여받았고, 각 작가는 모든 관리비를 포함해 월 20~25만 원을 냈다.

이 과정은 건물주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방치됐던 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재구성할 때 보수비용 5000만 원을 모두 건물주가 부담했다. 리모델링 이후 단열 공사는 건물주와 레인보우큐브가 반반씩 부담했다. 또한 건물주는 레인보우큐브 입주 첫 달엔 적응 기간을 배려해 월세를 면제해줬다.

6년 동안 작가 61명이 이 공간을 거쳐 갔다. 회화 전공 작가들부터 건축 설계, 일러스트, 금속 디자인, 영상, 조소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찾았다. 평균 공간 사용 기간은 4~10개월이 가장 많았고, 4~5년 넘게 생활한 작가들도 있었다.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내부 모습. 이곳에서 공동 작업실을 통해 인연을 맺은 작가들의 전시를 연다.(사진=레인보우큐브)

나중엔 갤러리 운영과 작업실 커뮤니티 구성으로 확장을 꾀했다. 김 대표는 “작가들에게는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술대학 게시판, 부동산 사이트 등 정보들은 많은데 다 분산돼 있더라. 그래서 작업실 정보를 전문으로 모은 사이트 ‘레인보우큐브 작업실 커뮤니티(www.rainbowcube.co.kr)’를 2012년 만들었다. 작업실 및 공간을 함께 사용할 작업실 멤버를 구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반영하듯, 망원동, 연남동 지역의 글이 가장 많았고, 강남권, 문래동 지역의 글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후엔 합정동의 주택을 개조해 갤러리도 만들었다. 레인보우큐브 공동 작업실 공간 건물주의 가족 명의 소유 공간으로, 40년 동안 사람이 살던 주거 공간이 전시 공간으로 바뀌었다. 김 대표는 “주택을 매각할 경우 10억 원의 가치가 있었고, 월 100만 원의 임대료를 주겠다는 사업가도 있었으나, 건물주는 예술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현재 합정동 레인보우큐브 갤러리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 사용료 60만 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인보우큐브 갤러리는 공동 작업실에서 인연을 맺은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를 통해 작업을 알리는 작가들은 활발한 활동으로 공동 작업실에 수익을 발생시킨다. 이 수익으로 갤러리 월세를 충당한다. 긍정적인 순환 구조다.

“놀아보자”고 만든 공간 사일삼

▲문래동에 위치한 공간 사일삼의 외부.(사진=공간 사일삼)

“처음엔 임시로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같이 놀아보자는 생각이었죠.”

공간 사일삼을 꾸린 김꽃 작가는 시작을 이렇게 회상했다. 공간 사일삼은 문래동에 2009년 자리 잡았다. 동료 작가들 4명과 건물을 임대해 꾸린 공간이었다. 미술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학교를 졸업하고 마음껏 작업을 펼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조차 없는 현실이었다. 레지던시에 들어갈 기회의 문턱은 갈수록 좁아졌고,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도 사라져갔다. 친구들과 작업실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월세가 저렴한 문래동의 한 공간을 찾았고, 그저 작업실을 얻고 싶은 생각에 계약했다. 예술에 관심이 있던 건물주에게 재계약 시 작가들의 그림을 걸어줬고, 임대료는 상승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공간 사일삼은 공간 콘셉트와도 맞는 차별화된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사진=공간 사일삼)

처음엔 맨땅에 헤딩 식이었다. 리모델링 공사 비용이 없었기에, 그 공간을 직접 친구들과 고쳤다. 어언 4개월이 걸렸다. 이 과정을 모아 전시를 열었다. 단순 작업실로 출발했던 공간 사일삼이 전시를 열게 된 첫 계기다.

“진짜 힘들게 공간을 고쳤어요. 그래서 그냥 흘려보내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공간에 페인트칠하는 영상, 사용했던 영수증 등을 모아서 전시를 했죠. 그런데 이 전시가 계기가 돼서 여러 작가들이 찾아오게 됐어요.”

김꽃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린 작가들을 많이 만났다. 처음엔 ‘왜 이런 어설픈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 하나’ 싶었다. 그런데 이제 막 작가로서 첫발을 딛는 시점, 즉 보여줄 거창한 작업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데다가 거기에 작업을 보여줄 공간조차 없는 작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간 사일삼은 공동 작업실, 전시 공간 외에 예술인이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도 마련해 왔다.(사진=공간 사일삼)

“지금 작가들에겐 높은 월세 탓에 작업실과 전시할 공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작업을 같이 이야기할 동료가 없다는 것도 문제였어요. 애초에 이들에게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다른 작가들과의 경쟁부터 주어지는데 자신의 작업을 키워나갈 확신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기관, 미술관, 제도가 될 수도 있지만 이것들이 모든 작가들을 지원해주지는 않죠. 그래서 이 작가들과 전시를 열고, 젠트리피케이션 등 사회적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도 만들었어요.”

2012년엔 임대료를 나눠 부담하던 운영자 두 명이 공간을 떠나게 되면서 이를 메우는 방편으로 유료로 운영되는 작가 레지던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김꽃 작가 자체도 전시 큐레이팅이나 공간 디렉팅 경험이 많은 것이 아니었기에 한계를 느꼈다. 기존의 많은 미술관, 갤러리가 하는 형태를 답습한다고 느꼈고, 행정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본인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자가발전적 시스템을 생각했다. 공간 사일삼 홈페이지에 ‘공간사용 메뉴얼’ ‘레지던스’ 카테고리를 만들어 형식을 기록했다. 이 형식에 따르면 김꽃 작가 또한 공간 사일삼의 입주 작가이지, 운영자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다.

▲공간 사일삼에서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은 ‘안이자밖 프로젝트’, 공용 공간은 ‘안개부엌’으로 구분된다.(사진=공간 사일삼)

“공간 사일삼의 공간 또한 분류됐는데,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은 ‘안이자밖 프로젝트’에 해당되고, 공용 공간은 ‘안개부엌’이에요. 이와 관련해 최소한의 형식을 매뉴얼로 정해 올려놓았어요. 과정은 ‘접속-방문-협의-인터뷰-디자인-홍보-사용-복구-전달-출판’으로, 공간 사용을 문의하는 이메일부터 시작해 전시 디자인 엽서의 규격까지 세세하게 나와 있어요. 이 매뉴얼에 따라 작가들이 알아서 전시를 주도적으로 꾸릴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래서 과정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발생 비용도 줄였어요. 매뉴얼이 정해져 있기에 따로 디자이너를 구할 필요도, 비평가를 구할 필요도 없는 거죠. 전시 입장료를 받는 식으로 작게나마 수익을 발생시켰고요.”

2014~2015년 전시를 실험하는 와중에는 예술가들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미술계 생태계를 되돌아보는 의미에서 2015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굿-즈’를 선보였다. 시장주의 아래에서 예술인들은 높은 월세를 충당하고 돈을 벌기 위해 예술이 아닌, 이른바 상품, 즉 굿즈를 만드는 데 몰두하게 됐다. ‘2015 굿-즈’는 작품이면서도 2차 생산물인 모호한 물건으로서의 위치를 탐색했다. 이렇듯 닮은 듯 또 다른 방식으로 레인보우큐브와 공간 사일삼은 험난한 한국 미술계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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