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소 개인전 《 Ballsy Manner 》

Posted: 5월 3rd, 2025 ˑ Filled under: Exhibition ˑ Comments Closed

MOON YOOSO《BALLSY MANNER》

2025. 5. 9. – 5. 25.
레인보우큐브

작가 | 문유소
기획, 글 | 민태홍
주최 | 레인보우큐브
디자인 | 정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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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YOOSO, BALLSY MANNER
May 9–25, 2025
Open Wed–Sun, 1–7 PM
Rainbowcube (6-19 Tojeong-ro 2-gil, Mapo-gu, Seoul)

Artist | Moon Yooso
Curated by | Min Taehong
Presented by | Rainbowcube
Graphic design | Jeong Taewan

기획의 글: 《BALLSY MANNER》

민태홍

《BALLSY MANNER》에서 문유소는 이전에 밝힌 ‘증상적 그리기’를 각 작품과 레이어의 차원을 넘어, 붓질
하나하나의 단위까지 확장한다. 붓질들은 다시 한 화면 내에서 통합되며 maniére couillarde로 대변되는
남성적 회화의 유산을 주체적으로 해체, 재조합한다. 소위 문유소식 Ballsy Manner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작가는 한 레이어/붓질을 발기勃起시켜 그리는 그림을 시도하는 와중에, 세잔의 maniére couillarde를
중심으로, 익명의 회화 거장들, 회화적 회화painterly painting의 다층적 의미, 구상과 추상의 도치, 회화
차원의 퀴어링 그리고 트라우마와의 관계까지 기획자와 함께 논의해 왔다. 그중에서도 고환적 태도를 은유하는
maniére couillarde의 영미권 번역인 Ballsy Manner에 직관적으로 반응하며 강한 창작욕을 보였다.

2025년 초, 문유소는 골몰했던 지점들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며, 향후 다양한 그리기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작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기획자는 전시 직전에 도달한 작업의 다층성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그동안
논의해 온 개념틀에 더해 이번 전시에 특화된 해석틀을 모든 그림이 완성된 후에 제안하였다. 괴테가 『젊은
베르터의 고통』에서 묘사한 노란 조끼와 푸른 연미복은 『색채론』에서 황색-청색의 양극성으로 정식화
되었고, 바로부르크가 이를 파토스포르멜Pathosformel의 시각 구조로 끌어들였다. 《BALLSY MANNER》
에서는 이 계보를 문유소의 황색-청색 줄무늬로 다시 엮어냈다.

전시장에서 반복되는 줄무늬는 R1과 R2에서 뱀의 형상으로 발견되거나 베르터의 최후로 은유된다. R2에서는
한 레이어 그리기의 과도기를 보이다가, 대뜸 제한된 성취로서 황색-청색 줄무늬가 등장한다. R3과 R4에서는
뱀과 줄무늬가 엮인 십자가 형태의 응집된 격자가 양쪽 그림과 방 밖, 즉 세 방향으로 변주해 나간다. 이때
붓질, 색선, 색면, 화면을 오가는 회화적 폼Form의 과제가 여러 차원으로 분산된다. 그중 말단인 붓질 그
자체로서 최종 화면에 봉사하는 흐름이 R5로 이어지는데, 문유소 개인의 고통에서 비롯한 원의 형상이 그
핵심이다. 원은 관객의 동선에 따라 각 화면 내에서 점차 좌상향 하다가, 어느새 수직-수평 줄무늬와 함께
파토스Pathos와 포르멜Formel의 긴장을 유지하는 단계에 다다르는데, 결국 균형이 깨지는 순간 회화의
개인화와 정치화가 동시에 일어난다.

먼 미래에 있을 Old master의 질적 평가sense of quality 기준을 망상하며 전시를 준비했다. 꿈과 현실을
연결 짓는 다리는 작가와 기획자의 상호 신뢰였다. 다만, 문유소가 예상보다 빨리, 이전 회화와는 다른 형태의
(Neo) Form을 지향하며 그것을 일부 달성한 듯 보인다.

사진 : 고정균
사진제공 : 문유소, 민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