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영 개인전 ‘SAMPLE ROOM’

 

 

 

 

 

 

임하영 개인전

< SAMPLE ROOM >

레인보우큐브 갤러리  |   2018.11.16 ~ 25

참여작가_임하영
기획_김성근
글_전영진
주최_레인보우큐브 갤러리

 

 

SAMPLE ROOM_임하영 작가노트

우리는 공간을 오고 가면서, 더 이상 낯섦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익숙해지고 습관화된다. 물질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잔상의 표면만 남기고 선택적 기억에 따라 애매모호한 표피 이미지로만 남게된다. 그러다 문득 쳐다본 한 지점이 생경함을 줄 때가 있다. 벽지, 장판, 마루, 천장, 문, 몰딩 등의 무늬, 패턴, 요철에 시선을 뺏긴다. 긴장된 관찰이 아닌 무심코 주목한 부분이 뇌리에 박힐때, 그 공간은 어렴풋한 잔상으로 그려지던 이미지가 아니라 내 앞에 마주하는 물질로서 인식 된다. 작업은 이제껏 마주한 공간에서 건축의 재료가 가진 시대성, 축적된 건축 경험의 기억 파편으로 만들어진 이미지, 마감재의 질감을 강조한 회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 공간이 가지는 용도와 시대성이 묻어나는 차가운 표면을 캔버스나 패널에 재현한다. 회화로 물성의 환영을 만드는 것은 마치 싸구려의 대체 마감재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매끈하거나, 올록볼록하고, 나무의 결이나, 돌의 질감 등 실제 물성을 묘사하지만, 단순 모호한 이미지가 된다. 익숙하지만 물성이 강조된 이미지들은 어딘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공간의 표본(sample)이 된다.

 

 

Mimic mimics_전영진

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 회화의 목표가 실재 혹은 이상을 가장 실제처럼 그려내는 것이었다면, 취향이 다양해지고 개인화되기 이전 7~80년대까지 한국 건축 마감재의 목표는 자연물인 원재료와 가장 비슷한 대체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비싼 원석과 닮게 가공한 테라조 등의 인조석이라든지, 나무 마룻바닥의 질감을 흉내 낸 리놀륨바닥재, 값비싼 원석 무늬를 입힌 타일 등이 그렇다. 이후 회화가 마침내 미메시스의 틀을 깨고 나와 기나긴 모험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찾게 되었듯, 물질적인 풍요가 채워진 후 건축 마감재 역시 흉내 내기 너머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 여정의 곁에는 원자재 절약, 유행, 사회의 분위기 등이 따라붙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인의 삶의 궤적과 동반했다. 낡은 마룻바닥, 집안 곳곳 시선을 강탈하는 옥색 페인트, 화려한 실크 느낌의 꽃무늬 벽지 혹은 벽지 대신 벽면을 채운 얇은 원목 판 등은 존재 자체가 시대성을 담고 있으며, 갈색에서 은색에서 흰색, 그리고 검은색으로 변화하는 창틀chassis이나 구의 형태에서 바bar 형태로 변화하는 손잡이 등은 유행이라는 힘의 세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생각의 흐름 끝에 도달하게 되는 결론은 공간空間이라는 수많은 변주의 가능성을 담은 거대하고 텅 빈 무언가는 유행과 타인의 시선, 재정을 고려하고 나면 그리 넓지 않은 다양성의 스펙트럼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주의를 끌지 못하고 평범한 주변이 되어 버린 비슷한 형태들은 목표와 기능이 다른 수많은 공간에서도 반복적으로 보이게 되었고 되려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뻔하고 익숙한 표면은 성장에 따라 변화하는 신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의 주변에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졌다. 임하영은 일상의 주변이면서도 삶과 가장 가깝고 밀접한 건축의 표면 요소들, 구체적으로 건물을 세우는 골조와 시멘트 위를 얇게 포장한 물질을 그리거나 만들어서 흉내 낸다. 건물의 건축가, 소유자 혹은 사용자에 따라 달라져야 할 취향은 표면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표면에 담긴 시대와 세상만 남아 있다. 이러한 대중적 요소만 스민 표피는 나무라는 골조에 천을 씌워 만든 캔버스 위에 다양한 형식으로 얇은 물감층을 입혀 완성하는 회화와 닮아있다. 말하자면, 그 얇은 표피는 취향을 넘어 한 시대의 특성 혹은 세계관까지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흔하고 익숙한 건축 표면의 부분을 가져와 실제를 구성하는 재료와 다른 재료 즉, 미술 재료를 이용하여 모방하고, 건축물에서는 세포에 해당하는 파편으로 공간을 상상해 낼 수 있는 인간의 기억을 마주하게 한다. 공간에서 문득 바라본 실내의 풍경을 카메라가 포획한 듯 화면에 담고, 너무나 익숙해서 더는 아름답지 않은 색을 입히고, 구성하는 작은 모듈을 떼어낸 다양한 종류의 작업은 입었던 옷을 벗어 놓고 바라보는 것처럼 익숙한 낯섦uncanny을 경험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미지뿐만 아니라 질감과 형태까지 가져온 회화 혹은 부조의 작품들은 흉내 낸 것을 흉내 내며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실재, 원본과 레플리카 , 재현의 의미를 읊조린다. 익숙한 표면에 대한 새로운 경험은 익숙한 것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능케 하여 언저리의 것을 관심의 중심으로 가져다 놓는다.

한 시절을 풍미하는 것을 유행이라 하고, 유행이 지나면 이내 그것을 촌스럽다고 말하며, 그 시절의 그리움이 과거를 복기하면 그것을 복고라고 칭한다. 모든 유행이라는 것의 생명주기는 늘 비슷하다. 잠시 잊었던 과거가 공감각을 통해 스르르 흘러나와 부릴 수 있는 재주는 그것을 바라보는 각각의 인생에 달려 있겠지만, 세월에 따라 변화해 온 각 소재들의 유행은 시대성을 반영한 푼크툼 으로 작용하여 관객의 기억을 꺼낼 것이다. 그리고 대상이 아니라 주변이었던 표면은 예술의 간판을 들고 미술 재료라는 옷을 입고 나타나 회화와 건축의 표면이라는 납작한 두 평면의 정체성과 그를 통한 대단히 인간적인 감수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인조 대리석(Imitation marble slab),acrylic on canvas, 162.2×130.3, 2015

 

 

 

인조 대리석-sample(Imitation marble slab-sample), mixed media on panel, 72.2×60.6cm, 2018

 

 

 

 

 

 

 

대리석(Marble slab), acrylic on canvas, 162.2×130.3cm, 2016

 

 

 

대리석-sample(Marble slab-sample), mixed media on panel, 72.2×60.6cm, 2018

 

 

 

 

 

 

 

 

 

 

 

 

주공아파트-옥색, oil on canvas, 145.5×112.1cm, 2015

 

 

 

 

 

 

 

 

 

 

 

주공아파트-sample(Ju-gong apt-sample), mixed media on panel, 72.2×53.0cm(4panel each), 2015

 

 

 

 

 

 

 

 

 

 

 

 

 

 

 

 

 

 

 

 

 

 

 

콜드 스톤(Cold stone), acrylic on canvas, 193.9×130.3cm, 2018

 

 

 

 

 

 

 

테라조(Terrazzo), acrylic on canvas, 160.6×233.6cm, 2016

 

 

 

테라조-계단(terrazzo-stairs), acrylic and oil on panel, 45.6×37.9cm, 2014

 

 

 

황동줄눈(masonry joint), acrylic on canvas, 53× 45.5cm (each), 2018

 

 

 

타일-sample(tile-sample), mixed media on canvas, dimension variable, 2018

 

 

 

 

 

 

 

 

 

 

 

 

 

 

 

 

 

 

 

목재패널(Wood panel), oil on canvas, 112.1×162.2cm, 2015

 

 

 

Cherryoak-stairs, acrylic and oil on panel, 72.7×60.6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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