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개인전 < 경계가 희미해 >

 

 

 

제5회 처음의 개인전 공모 선정작 ┃박현주 개인전 
< 경계가 희미해 >

2021.7.9 – 7.25

참여작가 : 박현주
주최
 : 레인보우큐브 

 : 전영진
기획 : 김성근 
후원 : 서울문화재단 

 

 

 

 

 

 

 

 내 작업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 아닌 얼음 스스로 화면을 만들어낸 작업이다. 나조차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살아가는 태도 또한 그렇다. 인생은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결코 그대로 흘러가지 않고 예상할 수 없는 일들과 순간으로 채워진다. 내 작업에서도 결국 좋은 작업은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완성된다. 작가노트_박현주

 

 

모든 것은 희미해_전영진  

 일반적으로 ‘자연(自然)¹’과 ‘자연-스러운 것²’을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기 쉬우나 그 둘은 명백하게 다르다. 자연이 A라면, 자연스러운 것은 AC 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을 포함하는 전체=U는 얼핏 인공적으로 보이지는 않는 모든 것을 의미하므로, 같은 집합에 놓인 이 둘은 자연스레 비슷한 것으로 혼동되기 쉽다. 자연이 인간의 인위적 개입이 없는 순수한 상태의 것이라면, 자연스러운 것은 실제로는 개입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개입이 없는 듯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은 자연보다 더 희미하고, 불명확하다. 작가는 이러한 가설을 토대로 지극히 ‘인위적이며 자연스러운’ 작품을 만든다. 흐릿한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명확한 판단을 이끌고자 하며, 역설적으로 구분하는 것에는 의미가 없음을, 그리고 완벽하게 명확한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장치로 자주 사용되곤 한다. 박현주의 작품을 특별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이곳에 있다.

 명확한 주제 아래 놓인 불명확하고 희미한 가설(작품의 제목)은 탈출 방법을 모른 채 들어선 미로처럼 확신을 갖기에는 두렵고, 두렵다고 하기엔 흥미롭다. 작가는 본인이 세운 희미한 가설을 풀어내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충분히 알기 쉽게 설명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가 만들어 놓은 미로를 함께 풀어가는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작품 [대화들: The Dialogs, 2021]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이동함에 따라 자연스레 본질이 흐려지는 언어를 이미지로 상징화하고, [이것은 바다 (이)거나 바다가 아닙니다, 2021]에서는 소쉬르³적 제목을 이용해 모호해 보이지만 실은 명확하게 반으로 나누어진 자연-하늘과 바다-을 그려낸다. [융해: Melting, 2020] 시리즈에서는 자연을 가공한 소금을 회화의 표면에 질감과 효과를 주는데 이용하여 자연과 가공의 차이를 의문 하게 하고, [경계가 희미해(Ice of River Project), 2021]를 통해서는 얼린 물이 녹으며 자연물(적채)로 만든 리트머스지에 흡수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러움의 결과를 시각화하며, [The Photo is Melting, 2020]에서는 ‘자연을 찍은 사진’이라는 종이에 흡수된 잉크를 인위적으로 녹게 하여 어떤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직시하게 한다. 이 모든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는 작품이 제작되는 환경의 설정과 완성의 시점을 작가가 결정한다는 인위적 개입이 상정되어 있지만, 예상과 달리 번지고, 경계를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흐름은 우연의 효과에 가까워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한다. 결국 희미한 경계는 작가의 개입된 정도와 주어진 환경이 자연스레 만들어 낸 결과물 사이의 차이점, 즉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의 규정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경계를 의미하는 듯 보인다.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날씨가 흐린 어느 날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는 수평선이 모호하게 보였던 기억, 크고 작은 말(言語)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 점점 왜곡되고 본질이 흐려지는 상황을 예로 들어 이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전자는 자연의 한 현상을 시각적으로 본 것을 의미하고, 후자는 인간의 한계를 공감각으로 느낀 것을 의미하기에 모호하다, 희미하다는 공통점 외에는 연결 지점이 보이지 않았는데, 외려 희미하다고 발화될 때 나뉘는 두 개의 의미 즉, ‘시각적 희미함’과 ‘감각적 희미함’을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을 통해 하나로 집약해내어 그 둘을 연결 지었다. 같은 기표로 표현되는 ‘희미함’이 두 개의 기의로 나뉘어 작품에 개입되었으나 그 방식은 비슷하게 표현되는 것이다. 곧 작가는 시각적으로 인지한 흐릿함에서 희미함에서 감정을 느끼고, 또 감각적 모호함을 시각화 하는 것을 경계가 희미한 작업으로 제작하며 스스로 주제를 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가가 집중하는 그 희미함은 그의 작품처럼 녹아 사라지지 않았고, 작가에게 흡수된 후 흔적을 남겼다.

 어떠한 기준을 통해 분간되는 한계는 모든 사물과 현상에서 분명 나타나기 때문에 경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그것이 선명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이번 전시 [경계가 희미해]는 여러 해석이 가능한 ‘경계’라는 단어를 다양한 방법으로 시각화 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자연과 자연스러움의 경계,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운 것의 경계가 그렇고, 또한 매체 간의 흐릿한 경계가 그렇다.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주제가 함의가 된 탓에 과정이 촬영되어 영상으로 남기게 되거나,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설치의 형태로 보여 지거나 하는 식인데 결국 작가는 본인이 말하고 싶었던 경계를 모두 허물어 버리고, 오히려 경계가 없음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하는 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바닷물이 기화되어 구름이 되고, 구름이 액화되어 비가 되고, 비가 응고되어 빙하가 되는 식의 자연의 순리처럼 ‘명명하는 것’은 경계를 짓는 것에 불과하며 자연스러운 변화가 어쩌면 날것의 ‘그것’이라는 것이다. 본질, 실체, 사실, 고유함 등의 언어로 표현되는 형이상학은 논의와 자성으로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그 본질, 실체, 사실, 고유함이 있다. 삶의 의미는 경계의 희미함을 인정하되 선명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으로 작가가 작업을 하는 것과 사실 같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작가는 물론 관객 각자의 삶을 규정하는 희미한 경계를 허물고 내밀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¹ 자연 自然 : 1.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2.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따위의 존재. 또는 그것들이 이루는 지리적ㆍ지질적 환경. – 표준국어대사전 (2021, 6, 29)
² 자연-스럽다 自然스럽다 : 1.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 2.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 3. 힘들이거나 애쓰지 아니하고 저절로 된 듯하다. – 표준국어대사전 (2021, 6, 29)
³ 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 : 스위스 언어학자로 제네바 출생이다. 1901~1913년까지 제네바 대학 교수를 지냈다. 인도 및 유럽의 비교 언어학에 있어서 세계 최초의 탁월한 업적을 이루었으며 만년에는 언어 일반의 성질에 관해서 깊이 연구하여, 통시(通時) 언어학과 공시(共時) 언어학으로 구별하고, 랑그(langue, 언어)를 파롤(parole, 말)에서 분리시켜, 사회 습관으로 체계화된 언어(랑그)를 언어학의 대상으로 결정하고, 체계에 속하는 요소는 상호간의 대립에 의해서 가치를 지닌다고 하였다. [철학사전, 중원문화, 서울, 2009]

 

 

 

 

 

 

 

경계가 희미해(Ice of River Project), 리트머스지, 얼음, 가변설치, 2020-2021

 

 

 

 

 

 

 

 

 

 

 

 

 

 

 

 

 

 

 

 

 

 

 

 

 

 

 

 

 

 

 

 

 

 

 

 

 

 

 

 

 

 

 

 

 

 

 

 

 

 

 

경계가 희미해(Ice of River Project), 단채널 영상, 6′ 2″, 2021

 

 

 

 

 

경계가 희미해(Ice of River Project) process video, 단채널 영상, 3′ 16″, 2021

 

 

 

 

 

 

 

 

 

 

 

 

 

 

 

 

 

 

 

대화들 : the dialogs, 종이에 얼음, 가변설치, 2021

 

 

 

 

 

 

 

 

 

 

 

 

 

 

 

 

 

 

 

 

 

 

 

 

 

 

 

 

 

 

 

 

 

 

 

 

 

 

 

 

 

 

 

 

 

 

 

 

대화들 #3-9, 종이에 얼음, 42 × 29.7cm, 2021

 

 

 

 

 

대화들 #2, 종이에 얼음, 42 × 29.7cm, 2021

 

 

 

 

 

대화들 #1, 종이에 얼음, 42 × 29.7cm, 2021

 

 

 

 

 

 

 

 

 

 

 

 

 

 

 

 

 

융해[Melting], 장지에 얼음, 소금, 130.3 × 130.3cm, 2020

 

 

 

 

 

 

 

 

 

 

 

 

 

 

 

 

 

 

 

 

 

 

 

 

 

 

 

 

 

중첩된 융해, 순지에 얼음, 40 × 40cm, 2020

 

 

 

 

 

1, 162.2 × 112.1cm, 장지에 소금, 얼음, 2020
무제, 비누, 40 × 40 × 15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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