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검 개인전 《 컷 》

 

 

2023년 처음의 개인전 공모 선정작지혜검 개인전
< 컷 >


2023.6.16-7.2

 

장소 : 레인보우큐브 

 : 배혜정
기획 : 김성근

주최 | 레인보우큐브
후원 | 서울문화재단

 

 

 

 

 

 

 

나와 그(들) 사이의 마법, 그리고 컷_배혜정

 

새삼 네이버 사전에서 대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지혜검의 첫 번째 전시 글을 쓰는데 그가 작업에 감싸 안은 식물, 사물, 고양이, A를 어떠한 단어로 포괄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나는 보통 존재, 사물과 같은 단어를, 근래에는 비인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존재라고 지칭했을 때의 무거움, 사물이라 지칭했을 때의 상실감, 비인간이라고 부를 때 포함되지 않을, 고개를 옆으로 최대한 꺽은 그와 A가 맘에 걸렸다. 대상이라는 단어가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어떤 일의 상대’라는 단어의 의미로 치자면 이만한 단어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혜검은 그의 세계 안 원숭이꼬리 선인장, 안스리움 비타리폴리움, 상록넉줄 고사리, 고개를 한껏 꺽은 그, 베게가 필요한 A, 늙은 고양이 진저를 대면하면서 그 경험의 순간에 한껏 예민하고 그 순간이 예술이 되길 바랐다.

 

40°
<세로에서 가로가 된 A>에서 작가는 시간에 의해 쇠락해져 세로에서 가로가 된 A를 따라 고개를 젖힌다. 고개를 최대한 꺾어 보았는데 고작 40도였다. 그 대상과의 일치를, 그 다가감을 의미하는 40도의 경험을 위해 작가는 40도의 경험을 담을 수 있을 각도 조각을 만들어 초소형 카메라를 부착하고 그렇게 보는 세상을 사진에 담았다. 그 안의 세계는 평범하다. 그러나 바라보는 나의 고개가 젖혀지고 그 젖힌 고개를 통해 내가 마주한 그 대상에 다가가고 그와 함께 서며 그렇게 나의 경험은 우리가 된다. 그렇게 비스듬히 고개를 뉘인 채 말이다.

 

반려식물-되기
고개를 뉘여 스러지는 대상과 함께 하고자 하던 작가는 어느 날에는 반려식물의 수형을 따라 하기로 맘먹었다. 손가락을 뒤틀어 보고 손목을 한껏 꺾어 보았지만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자 투명테이프의 힘을 빌려본다. 뼈가 아프고 피부가 당겨지고 늘어나며 본래 인체의 형태는 뒤틀려 기형적인 형태가 되었다. 온전하지 않은 그 형태 속에서 불편함이 초래한 불쾌함을 넘어 나는 나와 순간을 함께하는 대상에 다가선다. 인생은 때로 혼자 같지만 그리고 그 때 우리는 보통 타인을 찾지만 지금 내 키보드가, 나의 고양이가 나의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비루해 보이는 실재를 미분해 보면, 그 순간 내가 나의 고양이를 만지는 손길에서 일어나는 촉각의 일들을, 잎을 솎아내는 순간에 나의 손에 닿는 막 자란 새 잎의 약간의 시원함을, 그 새 잎에서 일어나고 있을 수분의 작동을 상상해 보면 우리의 삶 속 하나하나의 순간이 사실 마술인지 모른다. 그 마법 속에서 작가는 대상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마음을 쓴다.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잘려지는 가지들에게 쓴 마음은 한 줌 쥔 손바닥 아래 그들만을 남기는 것으로, 그리고 그 형태가 되어준 지점토의 비틀림을 그저 두는 것으로 형상화 된다. 그렇게 밑동만 남긴 꽃다발을 쥔 손은 잘려나감의 순간에 상실되는 것을 기억하는 것으로 여기에 남는다.

 

컷은 마법의 순간을 정지시키는 일
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은 컷으로 이어진다. 보통 특별한 일, 남다른 순간을 남기고자 하지만 그 순간에 남기고자 한 대상이 상실되는 것들, 스러질 것들, 세상이 배제하는 자들을 기념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여기서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향한 컷은 기념의 역사를 거꾸로 세우는 일이 된다. 우연히 지나던 아파트 단지의 별 특별할 것 없는 획일적인 기둥들에 작가는 주변 나무들을 잘라 넣었다. 결과로 남은 사진보다 그들을 기둥에 맞춰 자르는 그 순간이 작가에게는 결과물보다도 더 경험으로 아로새겨졌을 것이다. 여기서 예술은 받들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잘려지고 스러지는 그들에 다가가 옆에 서는 것으로 제 일을 한다. 사소한, 약한, 걸러지는 대상의 옆에 서면서 삶의 순간은 다시 빛나는 찰나가 된다.

 

 


 

 

 

 

 

 

 

 

 

 

세로에서 가로가 된 A, 종이에 연필 드로잉 인쇄, 29.7×21cm, 2019

 

 

 

 

 

 

 

 

 

 

 

 

고개를 옆으로 최대한 꺾어, 종이에 연필 드로잉, 77×107cm, 2023

 

 

 

 

 

고개를 옆으로 최대한 꺾어에서 획득한 각도로 만든 조각 그리고 사진
 
지점토, 각목, 바퀴, 초소형 카메라, 종이에 사진 인쇄_가변설치, 2023

 

 

 

 

 

 

 

 

 

 

 

 

 

 

 

 

 

 

 

마지막 선물
종이에 텍스트 드로잉 인쇄 29.7×21cm, 지점토, 철사, 자르고 붙인 크린백, 종이에 사진 인쇄 42×29.7cm, 종이에 색연필 드로잉 2장 각 39×54cm_가변설치, 2023

 

 

 

 

 

 

 

 

 

 

 

 

 

 

 

 

 

 

 

 

 

 

 

 

 

 

 

 

 

 

 

 

 

 

 

 

 

 

 

일자가 된 진저의 등, 각목, 합판, 종이에 사진 인쇄, 80×70×55cm, 2023

 

 

 

 

 

 

 

 

 

 

 

 

 

 

 

 

 

 

 

 

 

 

 

 

한손잡기, 지점토, 종이에 사진 인쇄 29.7×42cm_가변설치, 2023

 

 

 

 

 

 

 

 

 

 

 

 

 

 

 

 

 

 

 

 

 

 

 

 

 

 

 

 

 

 

 

 

말라가는 나무들, 종이에 사진 인쇄, 54.5×39.4cm, 2020

 

 

 

 

 

 

 

 

 

 

3m 투명 테이프_ 원숭이꼬리 선인장, 안스리움 비타리폴리움, 상록넉줄 고사리
포맥스에 사진 인쇄 6장 각 29.7×21cm_가변설치, 2023

 

 

 

 

 

 

 

 

 

 

 

 

 

 

 

 

 

 

60×90(cm) 사이즈의 폼보드를 이어붙여 만든 좌대 덮개와 4절 사이즈(350g)의 마분지를 이어붙여 만든 좌대 몸통
마분지, 폼보드, 투명 테이프_가변설치,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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