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슬린 개인전 ‘Modern Touch to Salad’

 

 

제3회 ‘처음의 개인전’ 공모 선정작 |정하슬린 개인전
<Modern Touch to Salad>

2019.9.27-10.6 

장소 : 레인보우큐브 (합정동 91-27)

참여작가 : 정하슬린
: 전영진
기획 : 김성근
디자인도움 : 강수민
케이터링 : 고도
후원 : 서울문화재단

 

 

 

 

 

 

 

작가노트_정하슬린

 갑자기 분홍빛이 도는 하늘을 마주하거나,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을 보게 될 때 하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것이 하늘이라는 것을 이미지적으로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작업하는 것은 이미지 과포화 상태에서 지금, 회화를 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이다. 사진으로 찍혀 가상 sns 세계에 진입한 회화를 실제로 봤을때 때때로 무력감이나 허탈함을 느끼면서도 회화를 한다는 것은 회화가 할 수 있는 것을 긍정하기 때문이다. 물질세계와 평면 세계 사이의 회화를 긍정하며 디지털 이미지와 구별될 수 있는 것이라 믿고, 이미지가 아닌 것, 완전히 이미지만은 아닌 것을 찾고자 한다. 따라서 독자가 개인의 개별적인 감각이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합리성과 보편성이 있는 감각, 직관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감각인 미각처럼 인간의 시감각이 나의 회화에 더 머무르기를, 재료의 근원을 상상하고 감각이 실재하는 경험을 하기를, 작업 과정의 소실점을 유추하고 행위 자체에 이끌려 가기를 바라본다.

 

 

음미하는 그림_전영진

 긴 서사narrative를 압축된 장면에 담은 기독교 미술에서 시작하여 온갖 상징symbol으로 관객에게 이미지 읽기를 요구했던 르네상스의 회화로, 영혼이 아닌 신체로 바라보기에서 신체로 표현하기로, 또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읽지 않기를 극도로 목표했던 모더니스트 페인팅으로 이어진 긴 역사의 회화는 오랜 시간 감상의 목표를 어느 정도 계산해 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예술이라는 시각적 완성품은 여전히 직관이 해석에 우선한다. 어쩌면 이미지 읽기는 관객에게 선택받은 작품에 용인되는 특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선을 이끄는 것이 곧 해석으로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 회화에 있어 장면으로 시선을 끌려는 장치들. 예를 들어 화면 속 인물의 신체 일부나 눈빛의 방향으로 시선의 흐름을 유도하거나,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형상, 강렬한 색감 등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표면은 또한 작품의 목표 자체가 되기도 했지만, 관객의 마음은 모두의 기대와 예상 밖에 푼크툼punctum¹으로 연결된 기억의 작은 지점 혹은 화가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남겨버린 지문 자국, 학습에 기억에 의해 익숙해진 작품에 향하게 되어 버릴 수 있다. 이에 회화의 장면은 어떠한 방식의 새로운 보기와 읽기를 제시할 수 있을까.

 회화의 역사가 1. 다른 무언가의 대체품이다. 2. 더 이상 특정 영역의 전유물이 아니어도 된다. 3. 읽히지 않아도 된다. 4. 실제를 재현하지 않아도 된다. 5. 아무것도 아니어도 된다.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보기 방식의 변화를 은연중에 요구하는 때에도 관람은 보통 우선 직관에 의존했다. (물론 선호도는 선행학습에 영향을 받는다) 정하슬린 작가는 이러한 오랜 관습적 단계, 언뜻 보기-관찰하기-이해하기를 반복하는 장치로서 회화를 말한다. 현대미술에서 회화 매체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져 캔버스 덩어리를 조형물로 인식하거나, 디스플레이 방식에 변화를 주어 다각적 관람을 유도하거나, 캔버스 표면의 전부 혹은 일부를 훼손시켜 2차원성에 금기를 놓는 등으로 매체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결과적으로 회화라는 매체 자체를 벗어나게 되어 버렸다. 2차원의 화면을 구성하는 것에 의의를 지닌 회화 안에서의 연구가 2010년 전후로 우후죽순 나타났음에도, 결국 진정한 의미에서의 회화는 더 설명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에 작가는 매체의 고유한 표현법을 변하지 않는 굳건한 기준으로 놓고 캔버스 표면의 부분을 차지한 각 형상들의 적극적인 조화를 통해 회화 자체의 맛을 이끌어내 다양한 기법을 통한 감각적 배열을 시도한다. 각 재료의 질감, 색감, 형태는 고유한 층layer을 가지고, 완성을 위해 쌓아 올린 모든 이미지의 층들은 서로의 층과 맞닿아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지지만, 고유한 역할을 드러내어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한다. 이러한 표현법은 2차원의 공간을 차지한 이미지들이 3차원의 환영으로 보이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회화만의 주체성을 만끽하게 하는 장치로서 활용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Modern Touch to Salad]다. 각종 재료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적절한 조화로 궁극의 맛을 끌어내는 샐러드처럼 각 재료의 질감, 색감, 기법을 통해 고유한 형태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고유함을 가장 멋진 배열로 끌어내는 것이 회화다. 그리고 감상은 찰나의 느낌 이상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 오랜 시간에 걸쳐 식사를 하는 시간과 같다. 여러 번에 걸쳐 거대한 화면을 한 입 크기로 나누어 음식을 맛보는 것처럼. 다양한 형태를 통한 배열과 조화를 음미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²음미하다 吟味–
1. 시가를 읊조리며 그 맛을 감상하다.
2. 어떤 사물 또는 개념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하다.


¹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내세운 개념으로, 「찌름」을 뜻하는 라틴어 「punctionem」에서 비롯됐다. 푼크툼은 똑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추정ㆍ해석할 수 있는 의미나 작가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지극히 개인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푼크툼은 「찌름」이라는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강한 인상이나 감정을 동반한다, PMG지식엔진연구소, 『시사상식사전』, 2019.9.24, https://terms.naver.com/
²음미하다, 네이버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 2019.9.24, https://ko.dic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