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연 개인전 《 부서진 새의 경이로운 날개짓 》

 

 

박수연 개인전
《 부서진 새의 경이로운 날개짓 》


2023. 12. 13 – 12. 26

 

장소 : 레인보우큐브 

주최 | 박수연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글 : 허대찬(앨리스온편집장)
디자인 : 박부근
사진/영상 : 이범열


《 부서진 새의 경이로운 날개짓 》은 개인의 기억에서 감정을 추출하여 움직임 오케스트라로 번역시켜준다.
기계의 논리에 따라 번역된 인간의 언어(말)과 동작언어(행동언어)를 편집시켜 보여줌으로써 인간언어의 불완전성을 보여준다.
프로젝트는 말, 문자와 같이 비물질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언어 요소를 소프트웨어적 측면으로,
몸짓언어와 같이 물질적(physical) 특성을 지니고 있는 언어요소를 하드웨어적 측면으로 구분하여 표현하였다.
작품에서 각각의 장치들은 역할에 따라 위치와 역할을 맡으며 작동한다._박수연

 

• 본 프로젝트는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번역 중 작업실: 인간과 기술의 재현 협연 _ 허대찬(미디어문화채널 앨리스온 편집장)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변화시키려는 충동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매우 능숙하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갈망은 정신 안에서 진행되는 내재적 단위에서부터 우리 주변, 나아가 세계를 우리의 욕망대로 변화시키길 바라고 이를 실현해왔다. 우리 문화와 문명이 자연을 마주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다다른 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다. 이 과정, 즉 역사는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소통과 교류의 과정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조화를 이루며 적응하고 생존하면서 존재자로서 의미를 찾아내는 투쟁이었다.

무언가를 감각을 통해 인식하고, 그 심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지를 투영하여 다시 세상에 반영하는 행위는 한편으로 익숙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인간 개인과 집단의 적응과 변화의 흐름에 닿아 있는 또 다른 중요한 행위가 바로 번역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어에 대하여 사용하는 개념인 번역은 단순히 A라는 언어의 내용을 가능한 한 완벽하게 B라는 언어로 변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언어는 어떤 메시지에 대해 완벽한 등가성을 가질 수 없다. 각자의 문화적 토대와 상황적 맥락의 다양성, 음성을 비롯해 다수의 감각을 동반한 종합적 접촉에 말미암아 번역은 각 번역 주체의 해석, 재구성, 표현 행위가 포함된 창의적인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번역’ 행위에 대해 관심을 두고 개인의 기억 영역에서 감정을 중심으로 이를 다루어 다양한 현상의 조합 풍경을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펼쳐진다. 작가 박수연의 《부서진 새의 경이로운 날개짓》이라는 현장이다.

전시장의 중심,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Neutral-MIC>이다. 무언가를 입력하고 그 정보를 볼 수 있는 키보드와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진 콘솔을 중심으로, 그 너머에는 수직과 수평의 직선, 원으로 구성된 네 개의 미니멀한 입체 조형물이 얇은 수직 거치대 위에 마치 떠 있는 듯 배치되어 있다. 그들은 무언가에 반응하여 작동할 때 각각의 부속지(附屬肢)를 움직이며 자신만의 운동 규칙을 드러낸다. 이 4개의 장치가 가진 운동은 회전, 기울기, 수직, 수평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운동값인 벡터를 지닌다.

이들이 반응하는 대상, 즉 입력값은 관람자가 키보드를 통해 제시하는 감정에 대한 단어들이다. 관객은 작품 앞에 서서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그에 대한 이야기의 입력을 권유받는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감정을 분석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클로바 센티먼트(CLOVA Sentiment)에 연결되어있는 콘솔은 입력된 문장을 분석하여 긍정과 중립, 부정이라는 세 가지 변수로 해석 정리한다. 작품 내의 프로그램은 이를 움직임 데이터로 해석하여 콘솔 너머의 4개 조형물의 움직임으로 변환 표현한다. 그렇게 무언가의 인식하고 전달하는 시도가 시작되고 이를 받아들인 또 다른 주체가 이를 해석하여 새로운 무언가로 세상에 풀어낸다. 이 과정은 번역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현장이다. 기억에서 풀려난 텍스트는 4개의 벡터값을 가진 금속 부속지의 운동으로 세상에 안착한다. 이 각각의 움직임은 그 운동을 만들어내는 모터의 각기 다른 구동음과 어우러져 연주행위와 음악, 무용과 반주, 시각과 청각이 쌓인 협연을 이루며, 이 상황은 오케스트라의 그것과 닿아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변환해내는 논리는 전시의 다른 공간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Command-Line>은 작가의 움직임 체계에 대한 작가의 접근방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악보 받침대 위에 놓인 작품은 얼핏 추상화처럼 보이는 기호들의 집합 이미지이다. 그는 무용가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이 고안한 대표적인 무용표기이자 기록법인 라바노테이션(Labanotation)과 작곡가 얼 브라운(Earl Brown)이 선보인 전통적 기보법과 차별화된 독특한 그래픽 코드 악보인 4시스템즈(4 systems)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움직임장치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이 작품은 전시 안에서 또 다른 번역 주체로서 활동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행동과정에 대한 심상이자, 작가가 제안하는 메시지의 시나리오이며, 또한 현장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악보이다.

그가 이번 작업에서 주목한 것은 소통에 있어서 작동하는 인터랭귀지(interlanguage) 개념이다. 중간어라고도 번역되는 이것은 언어학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어떤 사람이 모국어가 아닌 제 2의 언어를 습득할 때 그 학습자가 모국어와 새롭게 배우는 언어 사이에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 체계를 개발하는 과정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 중 한국어의 문법 구조나 어휘를 그 학습에 적용하며 발생하는 특유의 새로운 비가시적 언어 형태가 될 것이다. 이것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으며 또한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는 중간 단계이자 체계이다. 작가가 전시를 통해 가시화하고 우리에게 접촉면을 만드는 지점은 종합적인 시지각 연주 풍경이면서 동시에 이러한 중간어에 대한 재현이다.

기억은 표상(representation)으로 보존되며 이것은 재차 현실에 재현(repersentation)된다. 우리는 외부에 있는 어떠한 대상을 우리 자신에게 표상하되, 그 전부를 공간적으로 표상한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의 자극, 사건, 현상을 감각하고, 이것들은 우리 내부에 안착한 무언가로서 존재한다. 이들은 인식과 사고 처리 과정을 거쳐 의미를 획득하며, 그 상은 우리의 충동이나 의도에 의해 다시 현실에 재현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를 텍스트로, 그리고 이미지로 의식하고 다루어왔다. 오늘의 기술 매개 사회, 매체의 풍경 속에서 데이터라는 대상은 우리와의 관계에 있어 아직 처리되지 않은 채 입력되어있는 무수히 많은 조각이자 표상일 것이다. 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의 과정은 바로 표상을 의미있도록 안착하는 재현의 과정과 닿아있다. 나에게 닿는 외부의 무언가, 그리고 나에게 닿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무언가를 다른 이와 소통하기 위해, 내 의도대로 투사하고 주변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렇게 조성된 상황을 피드백하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에 번역이 작동한다. 나와 주변, 우리와 세계가 연결되는 과정에서의 의미 탐색의 협연, 그 하나의 장이 여기에서 작동 중이다.

 

 

 

사진제공 : 박수연   촬영 : 이범열

 

 

 

 

 

 

 

 

 

Neutral-MIC, 스테인리스, Carbon-PET-G 필라멘트, 웹사이트,아이패드,키보드, 니토 WEMOS ESP8266 D1 마이크로 컨트롤러 보드, 2023

 

 

 

 

 

 

 

 

 

 

 

 

 

 

 

 

 

 

 

 

 

 

 

 

 

 

 

 

 

 

 

 

 

 

 

 

 

 

 

 

 

 

 

 

 

 

 

Command-Line, 악보대, 3개의 제스처 악보, 2023

 

 

 

 

 

 

 

 

 

 

 

 

 

 

 

Saved gestures, 트레이싱지에 레이저프린팅, 압축팩

 

 

 

 

 

 

 

 

 

 

 

 

 

 

 

 

 

 

 

Scanner, MaxMsp 영상-음원변환 프로그램, TV모니터, 웹캠, 사운드,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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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사용된 작품, 텍스트, 디자인 등은 참여 당사자의 고유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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