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개인전 <투명색>

 

 

 

박소현 개인전
<투명색>

2019.11.1 – 11.10 (매일오후 1시~7시)

참여작가 : 박소현
 : 전영진
기획 : 김성근

후원 : 서울문화재단

 

 

 

 

 

 

 

 이제 곧 사라질 준비를 하는 움직임은 주변의 것들로 인해 온전히 보일 수 있으며, 곧 없어지고 말 테지만 붙잡고 싶은 찰나이다. 보이는 듯하나 곧 볼 수 없게 되며, 가볍고도 무겁고, 비어있으면서 가득 차 있다. 이런 투명하고, 반투명하고, 불투명한 순간을 그린다_박소현

 

세상을 담고, 가리는_전영진

 손목, 팔꿈치 혹은 어깨를 중심축으로 붓은 곡선을 그린다. 아마 뻗을 수 있는 가장 먼 곳은 분수의 가장 높은 지점, 작가의 언어로는 분수의 물이 중력의 힘을 가장 멀리 벗어난 지점일 것이다. 물의 운동은 그대로 작가의 운동이 되어 표면에 흔적으로 남았다. 움직임의 겹이 많은 곳은 불투명하고, 적은 곳은 반투명하다. 물감의 궤적은 투명한 물이 하얗게 보일 때까지 남겨지고, 빛이 작게 뭉친 거품에 반사되어 만들어진 흰색은 팔운동의 횟수만큼 쌓여 서서히 드러난다. 물기 가득했던 물감의 수분이 공기 중으로 다 날아가버리면, 안료는 표면에 안착해 선명한 이미지가 된다. 물의 사라짐으로 물은 그려졌다.

 박소현은 다양한 물의 이미지를 그린다. 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잉태되는 감정은 그것의 양, 대기와의 어우러짐에 따라 그 범주가 달라진다. 청량함, 시원함, 상쾌함에서 두려움, 공포, 경외감, 무거움으로. 예를 들어 자연의 물순환에서 중심이 되는 바다는 우리에게 해결하지 못할 슬픔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작가는 다양한 물 중에서도 주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다정한 종류의 물을 선택한다. 그것은 예상할 수 있거나, 할 수 없었던 곳에서 맞닥뜨린 분수, 구석구석 세상이 만든 크고 작은 웅덩이에 고인 물,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 등. 소소한 호기심이나, 애틋한 감정이나, 추억 등을 끌어낼 가능성이 있는 위협적이지 않은 물이다. 그리고 그러한 물이 만든 풍경 중에서도 그것만이 주인공이지 않은, 울퉁불퉁한 지표면이, 가득 채워 줄 공간이, 즐거워야 할 장소가 있어야만 하는, 주변에 의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물을 그린다.

 작가는 특히 분수에 관심을 가진다. 물의 움직임이 공중에 가장 높이 떠 있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그림으로 옮기려 노력하는데, 사진에 담으려는 순간, 물의 나타남과 사라짐의 순간마다 물에서 그 뒤에 펼쳐진 후경으로 카메라의 렌즈는 포커스를 이동한다. 그리고 이는 그림에 특이한 방식으로 반영되었다. 삶의 평온한 주변에 대한 애정을 갑자기 나타난 불확실성에 무조건 내어주지 않는다는 듯, 마치 그 물은 주변 없이 주인공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듯, 작가는 물의 운동의 정점을 포착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그 주변에 대한 묘사를 아웃포커싱 하지 않는다. 풍경을 가리는 물줄기는 짧은 순간 갑자기 나타나 존재를 각인하지만, 반대로 사라졌을 때의 풍경에 대한 관심 또한 유도한다. 작가의 작품은 시선을 이끄는 존재로서 물을 이용하고, 그가 있는 우리의 공간을 주제로 하여 삶을 두른 주변을 자연스러운 색과 제스처의 흔적으로 선보인다. 결국 이는 사진을 이용해 그려냈음에도 이미지에 대한 묘사보다는 그 감정과 분위기를 더 크게 느끼게 하는 근거가 된다.

 한편, 최근작에서는 분수의 물이 가장 높이 올랐다 사라져버리는 순간을 더욱더 짧게 붙잡아 화면에 응축된 시간의 길이를 더 줄이고, 물이 중력을 가장 크게 거슬러 가장 크게 몸집을 부풀린, 물이 덩어리진, 그 순간의 이미지에 집중한다. 그 거대한 물줄기는 바닥에서 솟아난 기둥처럼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작가는 그것을 일종의 추출된 ‘물 조각’이라 말한다. 그러나 실제 그 존재는 일정하게 반복되는 시간 안에서 가변적인 조각이며, 같은 중력, 압력, 양으로 물을 배출시키는 인공의 구조를 통해서도 같은 조건을 거스르고 항상 모양을 바꾸는, 여전히 자연물임을 잃지 않는, 단 한순간에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찰나의 조각이다. 이는 완성된 작품은 같은 모습으로 영원하지만, 같은 창작의 조건에서도 항상 다른 결과물을 낼 수밖에 없기에 유일무이하다는 작품의 속성에 닮아있다.

 아무리 보아도 아무런 색도 담겨 있지 않은 투명한 물은 운동, 속도, 중력 등에 올라 빛을 담고 세상의 색을 반영한다. 이물질이 아니라면 존재를 눈치채지도 못할 투명함이 아닌, 세상 안에 존재하며 그 모든 것을 반영하기에 작가는 그것은 여러 색으로의 변화능력을 담은 ‘투명색’으로 명명하였는지 모르겠다. 작품이 세상을 담듯, 투명함으로 세상 모든 것을 담는 물에 주목하게 된 것 역시 같은 세계관으로 연결된 두 가지의 같은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floating fountain #11, 순지에 채색, 41.5 x 31cm, 2019

 

 

 

 

 

 

 

 

floating fountain #32 – lack of hiding, 순지에 채색, 193.9 x 260.7cm, 2019

 

 

 

 

 

 

 

 

 

 

 

floating fountain #31, 순지에 채색, 145.5 x 112cm, 2019

 

 

 

 

 

가벼운 물조각, 종이에 혼합재료, 가변크기, 2019

 

 

 

 

 

water pocket, 순지에 채색, 40 x 30cm, 2018

 

 

water in water #04, 순지에 채색, 53 x 45.5cm, 2019

 

 

 

 

 

floating fountain #18 – a blob, 순지에 채색, 30 x 30cm, 2019

 

 

floating fountain #27 – lack of hiding, 순지에 채색, 200 x 60cm, 2019

 

 

floating fountain #26 – white splash, 순지에 채색, 각 200 x 75cm, 200 x 60cm, 2019

 

 

 

 

 

The shape of a raindrop, 모조지에 잉크, 가변크기, 2019

 

 

 

 

 

 

 

 

 

 

 

floating fountain #33 – purple light, 순지에 채색, 125 x 82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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